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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미미부쿠로(新耳袋) - 현대 백물어 -
세번째 밤(第三夜)
키하라 히로카츠, 나카야마 이치로
카도카와 문고
제51화. 한 사람 더
전기제품 회사에 다니는 T씨가
나가노(長野)현의 마츠모토(松本)시에
영업을 하러 갔다.
숙소를 미리 예약해 놓으려고
마츠모토시에 있는 호텔과 여관에 전화를 했는데
그날따라 하나같이 빈 방이 없었다.
어느 큰 호텔의 트윈룸(※) 하나만
유일하게 비어 있는 것이었다.
※트윈룸(twin room, twin-bed room) : 싱글 침대가 두 개 있는 방.
자기 혼자 자는데 트윈룸은 회사 돈 낭비라고 생각한 T씨는
마츠모토 역에 도착했을 때도
호텔과 여관 몇 군데를 알아보고 전화해 봤지만
역시나 모두 빈 방이 없었다.
잘은 모르지만, 그날은 마츠모토 시내에서
무슨 학회(學會)가 있었다고 한다.
어쩔 수 없이 그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.
방에 들어선 순간, 직감적으로
'아, 여기 있기 싫다' 라는 생각이 들었다.
불을 켜도 왠지 어둡고, 그뿐만이 아니었다.
어떤 이미지가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었다.
똑, 똑.
누군가가 복도에서 그 방 문을 두드린다.
누굴까 하고 렌즈 구멍을 본다.
그러자 등 뒤에서 톡, 톡 하고 어깨를 두드리는
그런 이미지였다.
즉, 누군가 한 사람 더 그 방에 있다는 느낌이었다.
T씨는 짐을 내려놓고 허둥지둥 방을 나가서
혼자 시내를 돌아다녔다.
그리고 술집을 찾아서 식사를 겸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.
하지만 밤 9시가 넘어가자, 가게 주인이
"손님, 이제 문 닫을 시간이에요" 라고 말했다.
"예? 벌써 닫아요? "
T씨는 투덜대며 가게를 나왔다.
아무튼 그 방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.
다른 가게를 찾으려고 거리를 헤맸지만
주변 가게들도 폐점(閉店) 팻말을 내걸고 있었다.
할 수 없이 호텔로 돌아갔을 때, 생각이 났다.
'참, 호텔 라운지가 열려 있었지! '
T씨는 라운지에 들어가서 다시 술을 마셨다.
그러나 11시가 되자,
"손님, 영업 종료 시간입니다. "
남자 직원이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.
이제 그 방에 갈 수밖에 없었다.
무거운 마음을 끌고 방으로 갔다.
TV를 켜고 볼륨을 최대한 높였다.
샤워를 할 기분도 나지 않았다.
샤워를 하고 있으면, 누군가의 손이 불쑥 튀어나와서
등을 만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.
역시 이 방에 무엇인가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었다.
'내일은 아침부터 영업 회의가 있으니까
이제 자료나 대충 보고 자야겠다. '
가방에서 자료를 꺼내 읽으려고 했지만
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다.
트윈룸, 침대가 두 개.
T씨는 한 쪽 침대에 서류를 펼쳐놓은 채
다른 한 쪽 침대에 파고들어 이불을 얼굴까지 쭉 끌어올리고 TV를 봤다.
TV 프로그램의 내용 같은 건 하나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.
방 안의 전등도 그대로 켜 놓았다.
문득, TV 옆의 거울에 눈길이 갔다.
그 거울에 폴짝, 폴짝폴짝,
어쩐지 사람 머리같은 것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고 있었다.
아무래도 등 뒤에 있는, 빈 침대 쪽에서
사람이 폴짝폴짝 뛰고 있는 것 같았다.
등골이 오싹했다.
떠들썩한 심야 프로그램만이 간신히 그 이상한 느낌을 흩뜨려 주었다.
그러나 밤 1시 30분쯤, TV 방송이 끝나고 말았다.
'으악! '
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렸지만 다른 방송국들도 방송이 끝난 게 아닌가.
T씨는 음침한 공기 속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졌다.
'자자. 그래, 자자. '
그렇게 자기 자신을 타이르며 눈을 감았지만
쿵 내려앉은 무겁고 이질적인 공기가
T씨를 잠들게 해 주지 않았다.
그리고
펄럭, 펄럭, 펄럭, 펄럭…….
등 뒤에서 종이를 넘기는 소리, 그리고 종이끼리 스치는 소리가 났다.
그러고 보니, 등 뒤에 하나 더 있는 침대 위에는
서류를 펼쳐 놓은 그대로였다.
그 서류를 누군가가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는 것이었다.
펄럭, 펄럭, 펄럭…….
그리고 갑자기, 등 뒤에서 누군가가 손뼉을 쳤다.
그 소리가 온 방 안에 울렸다.
짝, 짝, 짝짝짝.
리듬을 맞춰 다섯 번!
T씨는 그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.
"그때는 참, 마흔 넘은 다 큰 남자가
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.
'야, 너 진짜 같잖다' 라구요. "
'확실히 이 방에 한 사람 더 있다! '
T씨는 그렇게 확신했지만, 그래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
그저 침대 이불 속에서 떨고 있었다고 한다.
아침 여명이 커튼에서 새어나올 무렵,
그제서야 기괴한 분위기도, 소리도 없어졌다.
T씨는 잠이 쏟아지는 머리를 감싸쥐고 영업 회의에 출석했다고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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